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둘 중 한 명은 본업 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여러 일을 해서 수입을 늘리려는 사람을 이른바 ‘N잡러’라고 한다. N잡러는 여러 수를 의미하는 N과 잡(job), ~하는 사람이라는 영어 표현(er)을 합친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글 구승준 번역가·칼럼니스트
‘N잡러’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집값에 있다. 서울시에서 그나마 싼 편에 속하는 노원구 아파트는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3,458만 원으로2) 34평 아파트라면 11억8,490만 원이다.
한국 평균임금이 약 4,500만 원3)이고, 세액과 4대보험 등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이 대략 월 320만 원 정도다. 약 12억 원을 모으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 달에 100만 원씩 저축해도 99년이 걸린다.4) 집을 사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전셋값도 집값과 거의 비슷하며, 월세 또한 만만치 않다. 할 수 없이 도심에서 1시간 반 이상 떨어진 곳에 살면서 출퇴근을 한다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방 대도시의 일부 지역 아파트값은 서울 일부 자치구의 집값을 추월했다.
꾸준히 직장에 다니기도 쉽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체감정년은 49.7세에 불과하다.5)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아니라면 대략 50세가 되기 전에 직장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 나이에는 재취업이 쉽지 않다.
N잡러가 증가한 다른 원인으로 주52시간근무제를 들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잔업이나 야근수당으로 모자란 수입을 보충했지만, 정부 방침으로 인해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주5일제근무로 인해 잉여시간이 전보다 많아지기도 했다. 다른 요소로는 산업 지형의 변화로 인해 랜선으로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식이나 암호화폐 거래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많은데, 이상하게 내가 사면 내리고 남이 사면 오른다. 누구는 몇억, 몇천을 벌었다고 하는데 나는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불안하고 박탈감이 든다. 그렇다고 소자본을 투자하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매달 적지 않은 돈이 통장에 꽂히는 일이 있으면 좋으련만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무인판매점 등을 운영하여 수익을 올리려고 해도 점포 임대료나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다. 초기 자본이 별로 없는 N잡러는 남들보다 더 발품을 팔거나 머리를 쓰는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N잡 대세는
배민커넥트와 쿠팡플렉스
그렇다면 N잡러들은 어떤 일을 해서 제2의 지갑을 채우고 있을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배달·배송 아르바이트’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배민커넥트’나 ‘쿠팡플렉스’가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을 때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교육을 받은 후 기사용 앱을 핸드폰에 설치한 후 배달 주문이 뜨면 자신이 하겠다고 체크를 하고 배달을 하면 된다.
대리운전 시스템과 비슷하다. 배민커넥트는 주로 음식배달을 하는데, 한 건당 4,000원이며 기타소득세 3.3%가 공제된 3,868원이 순수익이다. 매주 산재보험료 3,500원이 차감된다. 배민커넥트의 모집공고에 따르면 시간당 최대 2만 원까지 벌 수 있다고 하지만 초보는 현실적으로는 시간당 1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하루 5시간, 25일 일한다면 산재보험료 4회를 차감하고 71만3,50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일이 숙달되면 더 벌 수 있다. 음식을 배달하는 ‘쿠팡이츠’도 시스템은 거의 비슷하다.
‘쿠팡플렉스’는 택배배달이다. 업무 신청 후 배당이 되면 물류센터로 가서 물건을 싣고 배달하면 된다. 포장 종류나 배달 시간에 따라 건당 600~1,400원 정도를 받는다. 하루 50개를 배달하고 평균 배달 단가를 1,000원이라고 본다면 25일 일해서 125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여기서 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면 1,208,750원이다.
배민커넥트나 쿠팡플렉스는 장단점이 있다. 배민커넥트는 큰 운송수단이 필요 없고, 물류센터에 가지 않아도 되며, 물건도 비교적 가볍다. 쿠팡플렉스는 배달 주문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아파트 하나에 여러 개의 물건을 배달할 수 있다.
우유배달이나 신문배달을 한다면 매달 40만~50만 원을 벌 수 있지만 새벽에 일을 해야 하며 절대 빠지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 밖에도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학원 강사, 대리운전, 매장관리, 판매 서비스 등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 N잡은 블루오션
온라인에서 N잡을 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면 유튜브로 인한 광고수익 외에도 협찬, 강의 등 다양한 부가수익이 생긴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광고수입을 올리는 유튜버는 9만 8,000명이나 된다. 구독자 1,000명,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을 충족해야 광고를 삽입할 수 있다. 빨라도 3개월이 걸리고 몇 년이 지나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자신만이 잘 알고 있는 전문적인 분야가 있거나 기획력, 언변이 좋다면 반드시 도전해볼 만하다.
블로그로도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블로그는 크게 네이버와 티스토리로 나뉜다. 네이버는 블로그 개설 90일 이상, 포스팅 50개 이상, 평균 방문자 100명 이상이면 자신의 블로그에 ‘애드포스트’를 달 수 있다. 애드포스트는 CPC(Cost per Click)방식이라 독자들이 광고를 클릭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독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재미있는 글이 매일 올라가야 한다. 키워드에 따라 광고단가가 다른데, 매월 몇천 원을 버는 블로거부터 백만원 이상 버는 블로거도 있다.
하지만 전업이 될 정도로 수익이 많은 블로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자신의 블로그에서 CPA(Cost per Action) 방식의 광고를 넣는 블로거들도 있다. 소비자가 구매를 하면 블로거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이를 제휴마케팅이라고도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쿠팡파트너스가 있다. 사람들이 블로그에 삽입한 쿠팡파트너스 링크를 타고 구매하면 수입의 3%를 받게 된다. 그러나 요즘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광고수익보다는 구독자 수를 늘린 후 기업의 제품을 사용해보는 체험단을 모집하거나 유료로 제품 리뷰를 하는 블로거들도 제법 있다.
광고로 큰 수익을 올리는 블로거들은 ‘티스토리’에 포진해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의 ‘구글 애드센스’를 클릭하면 블로거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구글 애드센스를 달 수 있는 조건은 네이버처럼 명확하지 않다. 소소한 신변잡기가 많은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티스토리에는 각종 분야의 전문가급 블로거들이 포진해 있다. 때로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연예, 가십 뉴스가 블로그에 난무하기도 한다.
글솜씨나 편집솜씨가 좋다면 블로그 ‘원고 작성’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제품 리뷰, 맛집 리뷰 등 마케팅 관련 글을 쓴다. 초보는 원고지 1,000자당 2,000원 정도의 금액을 받지만, 원고의 질이 훌륭하면 10만 원 이상 받을 수도 있다. 알바천국이나 알바몬, 크몽 같은 일자리 사이트 혹은 카카오 오픈채팅에서 검색하면 일감을 받을 수 있다. 하루 2시간 일해서 1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는 사람이 제법 많다.
오픈마켓 창업도 고려할 수 있다. 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등이 기존 오픈마켓의 대명사였으나 최근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마켓플레이스 등이 각광받고 있다. 소자본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기존 오픈마켓에 비해 적고 간단하게 온라인 쇼핑몰을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재고 위탁판매를 하면 재고를 쌓아두지 않아도 되고 나의 쇼핑몰에서 주문을 받고 제조사에서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그러나 오픈마켓은 결제방법에 따라 최대 1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셀마켓에서 전자상거래를 하기도 한다.
셀마켓(Cell Market)이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1인마켓을 말한다. 수수료가 없다고는 하나 광고 플랫폼이 따로 없다는 게 단점이다. 해외에서는 싼데 한국에서는 비싼 물건을 대행하여 파는 직구대행을 하거나, 한류 영향으로 잘 팔리는 한국 물건을 해외에 파는 해외역직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능이 있다면 N잡은 땅 짚고 헤엄치기
자신만의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N잡이 훨씬 쉽다. ‘클래스101’, ‘탈잉’, ‘숨고’ 등 이른바 ‘재능마켓’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팔 수 있다. 이를테면 엑셀, 동영상편집, 일러스트레이터, 다이어트 비법, 공예, 초상화, 쇼핑몰 창업 등 취미에서부터 전문 분야까지 영상을 제작하여 판매할 수 있다. ‘숨고’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대면 강의를 할 수도 있다.
전자책을 만들 수도 있다. 돈이 들지 않으며 한 번 작성해서 올려놓으면 지속적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종이책은 작가가 인세로 10% 내외를 받지만, 전자책은 크몽의 경우 80%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긴 페이지가 아니라 20~30장이라도 상관없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도 없다.
이 밖에도 아트테크, 음악저작권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N잡의 길은 열려 있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으면 기대만큼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만약 서울이나 대도시에 거주하며 현재 집이 없다면 적절한 지역에 아파트를 사는 것이 N잡으로 얻는 수익을 뛰어넘을 수 있겠다. 아파트 가격이 전세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나 재테크 전문가들이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집값 폭락을 전망했지만, 현실은 반대였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향후 몇 년간 집값이 폭락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설령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더라도 이사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내 집 한 채는 건지지 않겠는가.
1)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 2021년 4월 조사
2) 통계청 2021년 6월 기준. 노원구는 서울시 평균 아파트 가격 중 17위다.
3) OECD 조사, 2021년 3월 기준 42,285달러
4) 한국인의 한 달 평균생활비가 1인 142만6,000원, 2인 107만4,000원, 3인은 298만 1,000원이다.(2019년 통계청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결과)
5) 2020년 잡코리아, 알바몬 직장인 체감정년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