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가요계 맏형 남진은 '가요계의 신사'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가수다. 그는 일세를 풍미한 스타로 살면서도 누구한테나 살갑고 정중하고 겸손하다. 이는 데뷔 이후 반세기 넘게 비교적 호불호가 없는 대중가수로 우뚝 선 비결이 됐다. 누구와도 유쾌하게 소통하고, 적게 먹고 많이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는 그는 지금도 50대 체력 부럽지 않다.

강일홍 더팩트 편집국 부국장(연예부장)
사진 쇼당이엔티, 강일홍

스스로 ‘영원한 오빠’를 자처해온 그는 끈끈한 의리와 함께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정 많은 사나이로 살았다. 목포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고, 스무 살이던 1965년 데뷔 후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며 1970년대를 풍미했다.

흔히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나훈아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남진이 진정한 국민적 대중가수로 평가받는 이유가 있다. 누구와도 격의 없이 소통하고 만나는 서민적 스타일 때문이다. 나훈아가 베일에 가려진 신비주의를 펼친다면 남진은 ‘대중가수는 팬들 가까이서 숨 쉬고 호흡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가수로서 남진의 매력은 유쾌함이다. 후배 가수들을 만나면 상대가 누구든 간에 “어이 동상(동생) 잘 지냈는가?” 하고 먼저 손을 내민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고 무한 칭송을 받는 이유다. 혹자는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삶의 멋을 알고 즐길 줄 아는 대중 스타라고 말한다.

“보시다시피 저는 새치 하나 없습니다. 70대 중반을 넘어가는데 모두 검은 머리예요. 염색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비결이요? 스트레스를 줄이고 유쾌하게 사는 거죠. 유명 가수라는 걸 너무 앞세우면 사람들과 거리감이 생기고, 그러면 더 불편해지더라고요. 저에게 팬으로서 관심을 주는 분들이라면 누구와도 편하게 소통합니다.”

그러면서 남진은 “원래 가인의 기질을 타고나서인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곧 즐거움인데 평생 하고 싶은 걸 즐기며 살고 있으니 복 받은 인생 아니냐”고 했다. 요즘도 그는 무대에 오르면 젊은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열정을 쏟아낸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한결같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사실 노래만 열심히 하면 따로 운동할 필요는 없어요. 활발하게 무대에 서는 게 곧 강도 높은 운동이니까요. 코로나 이후 행사가 많이 줄긴 했어도 규모가 작은 무대는 꾸준히 해요.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체력관리는 꼭 해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유일하게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건강 유지에 좋습니다.”

지금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축복

남진은 7살 때 동네 형들한테 수영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목포 앞바다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추억이 엊그제 같다면서 이런저런 운동을 해봤지만 제 나이엔 과격한 움직임 없이도 빠르게 물속을 가르는 수영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운동인 것 같다고 한다.

남진이 즐기는 또 다른 운동은 바로 골프다. 지인들과 한 달에 평균 2~3번 정도 필드에 나갈 만큼 열정이 뜨겁다. 유쾌하게 웃고 떠드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1965년 데뷔해 올해까지 56년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해온 ‘남진 콘서트’는 빈 객석이 없을 만큼 매번 티켓 파워를 자랑했다. 또 최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후배들에게 들려준 편하고 부드러운 조언은 평상시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주었다.

“데뷔한 지 이제 5년쯤 된 것 같은데 벌써 56년이라니, 저도 믿기지 않아요. 철들자 막 내리는 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있고요. 다행인 것은 요즘도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흥분과 설렘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도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은 축복입니다.”

남진의 원래 꿈은 배우였다. 정계에 관심을 둔 아버지 뜻과 달리 인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키웠다. 목포고를 졸업하고 상경한 뒤 아버지 몰래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지만, 워낙 좋아했던 노래를 피할 수 없었다. 2년가량 한동훈 음악학원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뒤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를 발표하면서 팝 가수로 데뷔했다.

나훈아와 함께 대표적인 히트곡 부자로 꼽히는 남진은 그동안 대략 1,000곡 정도를 불렀다. 스스로 꼽는 ‘가수 남진의 인생 곡’이 궁금했다. 딱 세 곡만 꼽아달라고 했더니, “장르별로 ‘가슴 아프게’ ‘울려고 내가 왔나’, ‘님과 함께’ ‘둥지’, ‘미워도 다시 한번’ ‘빈잔’ 등 최소 6곡은 꼽아야 한다”며 활짝 웃었다.